방과 같은 내부 공간은 아니지만 집에서 함께 사는 가족, 이웃 그리고 마을의 주민들과 교감을 하는 장소가 있다면 이는 바로 마당이다. 중정 혹은 마당이라는 공간은 인류가 안정된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했다. 가운데에 비어있는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용도의 방이 만들어진 것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동서양의 초기 주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러한 집들은 이 내부의 중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외부를 향해서는 높은 벽으로 폐쇄적인 태도를 취했다. 외벽이 벽 자체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 담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생존에 있어서 방어가 그 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나 이상의 집이 모여서 중정을 공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외부로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던 이유는 인류사에서 오..
집이 그 어떤 건물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이 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경우 한 집에는 한 가족에서 여러 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집합이 거주해왔다. 최근에 이르러서 이러한 거주방식도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1973년에 전에 정부는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고, 대가족이 아니라 핵가족이 일반적이고 선진국형 가족이라고 선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흰쌀밥이 아니라 당시 표현으로는 분식을 먹으라고 종용한 것에서 먹는 것과 사는 곳의 긴밀한 관계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심지어 집은 몸과도 연결되었다. 당시 예비군이나 민방위훈련의 참가자들에게 아파트 당첨우선권을 주겠다는 빌미로 정관수술을 종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조금 지난 지금 정책의 여파..
철과 유리, 콘크리트 이전에 사람들은 돌이나 벽돌 그리고 나무로 집을 지었다. 이보다 더 오래된 형식의 집이 있다면 동물의 가죽이나 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견고하지는 않지만 분해하고 이동하기에는 적합했다. 나무나 벽돌로 집을 짓더라도 천은 공간을 분할하는 수단으로 오랜 기간 동안 활용되었다. 발이나 천으로 만든 커튼으로 일조와 조망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풀숲 사이로 보이는 일몰을 해가 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앞서 말한 종류의 집인 장막幕은 날이 저무는 모暮와 같이 쓰이고 거기에 건巾인 천이 덧붙여진 단어로 구성된다. 이 역시 인류학적 유형의 주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단어는 비바람이나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말뚝을 박고 기둥을 세우고 천을 씌워 막처럼 지어 놓은 천막이다. 동네나 ..
집을 짓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터를 잡는 것이다. 한번 결정하면 번복하기가 힘든지라 사람들은 집이 놓이게 되는 고유한 위치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주변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했고, 이러한 것이 풍수의 기본이 되었다. 터를 잡은 후에 중요한 결정은 땅과의 관계이다. 기단을 만들어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지반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하늘에 가까운 높은 장소에 집을 세우는 행위는 고대인들의 종교건축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때로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높은 곳에 성지를 만드는 실용적인 방식을 취하기도 했고 보다 개념적으로 그 장소 자체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고대 인류가 제의적 차원에서 거룩한 공간을 확립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담을 통해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와 아..
누군가가 재산에 관해 논쟁하면서 공허한 지지 않으려고 할 때에 마지막에 “금송아지가 우리 집에도 있다”는 말로 대응하고는 했다. 하지만, 집에서 무언가를 정말 소중하게 간직할 때는 이를 신주단지에 비유한다. 질그릇에 불과한 항아리가 금송아지보다 비쌀 리는 없겠지만 왜 이를 보다 소중하게 여겼을까? 그것은 바로 집을 보호해주는 조상 신에게 헌정된 그릇이기 때문이었다. 집 옥屋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집을 지칭하는데, 이는 시신과 신주를 의미하며 사람이 누워서 쉬는 모양의 주검 시尸는 깊은 곳에 이른다는 지至가 합쳐진 단어이다. 왜 하필이면 시체가 누어있는 것일까?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운명을 모두가 맞이하지만, 앞서 사라진 선조들의 영이 어디로 이사를 해도 함께 한다. 생사가 공존하는 공간, 삶이 그렇듯 집..
“언어가 바로 인간이다”라는 말이 있다. 문명이라는 단어가 알려주듯이 우리는 글자에 의한 빛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 단어들은 고스란히 그 안에 세월의 변천만큼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호학의 서양 어원은 문자 그대로 풀어 쓰면 씨앗에 대한 공부를 뜻한다. 동서양의 구분을 넘어서서 한 집단의 문화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기원과 뿌리를 추적하면 그간 잊고 있었던 다양한 의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언어와 관련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구약의 설화에 따르면 신이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창조한 후에 피조물에 이름을 붙이는 역할을 최초의 인간들에게 남겨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이와..
“사람들은 이전에 살았던 집이나 정원에 들어서면서 오래 전 우리의 모습을 다시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한 순례는 종종 성공보다는 실망으로 끝난다. 우리는 이보다는 상이한 시간이 공존했던 고정된 그 장소들을 우리 자신 속에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들판, 도시, 이상은 완전히 인공의 산물이다. 우리 자신의 복합적 감각의 소산일 뿐이다…. 아이들 이야말로 지극 문학적인 존재다. 아이들은 자기 느낌을 그대로를 말하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을 따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음식과 사람을 동일시 하는 문장이 좀 요상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이를 의역하자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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