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만 보면 무슨 모태 솔로나 이혼 후의 싱글 남녀 이야기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묘한 용어는 실은 산악인들이 맨손등반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전문용어이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홀로 송진가루 주머니 하나만 허리춤에 차고 무지 막지한 암벽을 등반한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오른다는 등산객들의 말에 특별한 대꾸를 할 수 없듯이, 그 역시도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 없이 받았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 도서출판에 사인을 받으로 온 팬 그리고 뒤늦게 사귀는 여자친구다 같은 질문을 다른 감정으로 그에게 묻고는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그 자신 밖에는 알지 못할 것이다.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이 어떤지, 혹은 영화의 일부처럼 뇌의..
배우 안나 마냐니Anna Magnani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별명이 ‘맘마 로마’, 직역하면 로마의 엄마 혹은 로마 어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에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 감독이 마리아 칼라스와 메데아를 촬영한 것 처럼, 전성기가 지났던 마냐니가 섭외되어 열연했다고 알고 있다. 그녀의 별명자체가 숨기고 싶은 거리의 여인이라는 직업을 알려준다. 가로의 터줏대감과 같이 자신의 얼굴을 알리면서 16살부터 끈질기게 살아온 모습을 보인다. 영화에서는 그 밖의 구체적인 사연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가 동료들과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시절에 대해서 지나가는 듯한 말로 내뱉는 것이 전부이다. 얼굴에 다크서클이 가득하며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배우 그리고 주인공의 얼굴에서 19..
아프리카의 눈물흔히 아프리카를 비극의 땅이라고 한다. 심지어 대륙이 해골처럼 생겼다는 몰상식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런 저급한 관상학은 역사와 지리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국가 이름을 대고 수도를 맞추는 놀이를 해봤을 것이다. 혹은 지구본을 회전하면서 손가락이 멈추는 국가를 살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마다 가장 난감하게 만든 대륙은 바로 아프리카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심정으로 아프리카의 지도를 펼쳐보자. 일단 놀라운 사실은 어떻게 국가 사이의 국경이 두부를 칼로 자른 것처럼 직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소위 베를린 회담이라는 1884년경에 개최되면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합의에 의해 영토를 분할하기 시작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494년의 ‘토르데..
언제부터 그런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역사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머리속에서 줄자를 펼친다. 그리고 현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이는 부동산에서 집을 일괄되게 평수로 계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허나 모든 공간을 정량적인 숫자로 환원하는 순간 객관적인 가격을 편하게 측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공간에 내재하고 부유하는 기억과 그 밖의 모든 가치들은 단번에 증발하고 만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먼 이야기로 생각하면 역사 속의 사건이나 인물 혹은 장소는 이미 완결된 선의 한 점에 불과할 뿐이다. 우회적으로 보면 우리 각자의 개인사는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기의 경험들, 사춘기의 방황들 그리고 지속되는 현실 속에서의 유희와 고뇌의 순간들, 이 모든 것은..
동경과 고증그리스라는 국가와 함께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올림픽일 것이다. 1896년에 부활한 현대 올림픽게임은 당시 그리스가 오토만 제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던 1821년에 이미 그 개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서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럽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사로 적극적으로 그 부활을 추진한다. 다양한 시기를 통해 유럽주의의 시발점이자 영구적인 이상으로 생각되는 고대 그리스의 문명은 역사의 여러 시점에서 확장되고 증폭되었다. 그 중에 가장 강렬한 조우는 18세기에 낭만주의와 함께 이루어졌다. 당시에 많은 지식인들이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으로 인해 문명의 본질적 가치가 상실되는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 위기와 환멸을 느꼈다. 이들은 회화, 음악, 문학, 철학, 정치 그리고 건축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근..
그린북 2019 인종차별이라는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대중적인 방식으로 다루면서도 오락성을 가미했기에 이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듯하다.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부질없는 듯하고,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몇 장면들을 되새겨본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하나는 백인이고 다른 하나는 흑인이다. 돈 셜리Don Shirley는 플로리다 주의 극동부에 위치한 펜사콜라Pensacola에서 1927년에 태어났다. 영화에서 그가 요상한 복장을 하고 기묘한 의자에 앉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에는 아프로 아메리칸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불과 십 수년 전에 니그로라고 불렀던 용어를 대체하였지만, 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흑인이라는 말로 통칭되는 사람들 하나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배경을 갖고 ..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크고 작은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알고싶은 것에 대해 무엇이든지 찾아볼 수도 있다. 혹자는 우리 손 안에 있는 장치 덕에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반을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데 그리고 나머지를 악플을 다는 데에 사용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혹은 퍼거스 경 처럼 소셜네트워크는 인생의 낭비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5G의 상용화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에 의한 일상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를 통해 어떤 장소나 사건에 대해 면밀하게 알 수 있다고 해도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을 친밀감이라고 불러보자. 말하자면 어떤 사건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조사하고 아는 것과 그에 대한 공감 ..
과거를 되새겨볼 만큼 여유가 없을 정도로 살지는 않았지만 거의 생각을 하지 않던 사람들 그리고 장면들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우연히 카페에서나 버스의 라디오를 통해 접할 때의 반가움은 이리 말할 수가 없다.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지라도 젊은 시절 즐겨 들었다가 잊혀진 사람들의 근황이 갑자기 궁금해질 때도 있다. 이광조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덕배는 이제 좀 스스로와 평화를 찾았을까? 그리고 세상을 뜬 사람들에 대한 회상이 이어진다. 포크 송의 끝을 수 놓았던 조덕배, 창법으로 스스로를 능가했던 말년의 김현식, 자신의 노래만큼 낙관적으로 살지 못해 아쉬웠던 김광석 등등. 그렇게 잊혀지고 기억나고 다시 만나면서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는 나로 인해 같은 노래로 부터 조우하는 순간마다 다른 감흥을 받..
1922 Nanook of the North1927 Berlin: Symphony of a Great City 1929 Man with a Movie Camera1933 Land Without Bread1935 Triumph of the Will1936 Olympia 1945 A Diary for Timothy 1956 Night and Fog1961 Chronicle of a Summer1962 Mondo Cane 1964-2012 The Up Series 1967 Portrait of Jason1967 Titicut Follies1967 Don’t Look Back1968 Monterey Pop1968 In the Year of the Pig1968 High School1969 The Sorrow a..
디스 이즈 잇 This is it 2009 평소에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그렇게 즐겨듣지는 않았다. 80년대에도 헤비메탈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마돈나나 그의 음악을 듣는 걸 우습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장소와 음악에 대한 감성이 바뀌는지, 아니면 다양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그게 늙어가는 것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이 관용이라는 것을 배워나가지 않는다면 얼마나 주변 사람들이 피곤하겠는가. 마치 과거의 오페라와 같이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과정은 일회적인 콘서트야 말로 총체적인 예술임을 보여준다. 특히 그가 백댄서와 코러스와 일일이 리허설중에 조율을 하는 장면에서 경지에 이른 모습을 보게 된다. 갱스터와 흑백영화 그리고 좀비에 이르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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